영광의 시대

만화 슬램덩크에서 강백호가 켄터키 할아버지 안감독에게 말한 명대사...

"영감님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죠...? 국가대표 때였나요? 난... 난 지금입니다!!"


1987년 어느 가을밤.
그러고 보니, 벌써 19년 전이구나... 에혀...

어릴적 다니던 교회에서 찬양 콘서트 연주를 한 일이 있었지.
맴버는 둘:
지금은 아주아주 유명한 뮤지션이 된... 당시 고3이었던 김모 학생 - 키보드.
그리고, 지금은 아주아주... 평범한 대학원생인 -_-;; 당시 고2였던 나 - 베이스.

연주 시작 몇시간 전 처음 만나, 악보 없이 연주할 곡목만 확인하고,
한번의 리허설도 없이 무대에 올라가,
애국가를 시작으로, 열 곡 정도 반주와 노래를 했었는데...


아...
서로 한번도 막히거나 어긋나지 않고,
눈빛만 교환하면서도 박자나 코드 진행에 그야말로 조그마한 실수나 이견도 없이...
지금 생각해도 완벽하다는 말밖엔 떠올릴 수 없는 연주를 하고야 말았던 것이야!
낙원에서 산 6만원짜리 무명씨 베이스에,
노이즈 쫙쫙 올라오는 3만원짜리 고물 앰프를 가지고도 말이지... ^^;;

정식 공연도 모자라, 끝나고 두세시간 동안 뒷풀이 공연(?)을 하면서...
들국화, 이문세, 김수철, 유재하 등의 곡을 다 불러댔던 기억...


그날 이후, 사람들을 통해 문제의 김모 형이 내 얘길 하며
"그런 애는 정말 처음 봤다. 나중에 꼭 같이 음악할거야..."
라고 했다는 말을 전해듣고 기대에 부풀기도 했고,

그 형이 첫해 대학입시에 실패하고, 재수를 시작한다는 말을 듣고서는...
'같은 때 대학에 가면, 함께 음악을 할 수 있겠다'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...


결정적으로...
내가 대학갈때 삼수하게 될줄은 정말 몰랐지 T.T;;


불우했던 재수생 시절, 종로학원에서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오던 어느날...
라디오를 통해 그 형의 노래를 들었을 때...
...
그 기분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...?


이상의 사연을 믿던지 말던지는 당신의 자유!
다만, 나에겐...
나만의 "영광의 시대"로 남아있는...
하룻밤의 기억.

by woony | 2006/08/18 13:52 | Music | 트랙백 | 덧글(4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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Commented by crunchtone at 2006/08/22 08:31
'당시 고3이었던 김모군'의 정체를 맞췄던 그날밤은 저에겐 영광의 기억. ㅎㅎ
Commented by woony at 2006/08/24 06:51
알려드린지 겨우 한달도 안된 것 같은데 -_-;; ... 벌써 오셨군! ^^;;
반갑네... 잘 지내지?
9월에 보자고...
Commented by CozyrooM at 2006/12/09 18:49
와... 미치도록 재밌게 읽었다. 너무 재밌어서 막 내 특유의 거 뭐시냐 기분이 오지게 좋으면 나오는 그런 욕이 나오려고 하는데, 꾹꾹.



사실은, 이 글을 읽고 눈가가 살짝 젖었다.
Commented by woony at 2006/12/11 17:25
허걱... 여기도 댓글이 숨어있었다니...

그나저나...
나 아무래도 조만간 당신의 도움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어... ;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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